읽은 책 | 2009/08/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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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tus of Anxiety (불안) - 알랭 드 보통
편리하게 사람을 판단하고 구분지으려는 기호 때문에 심지어는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없는 사람조차도 무언가 모자른 사람으로 분류되는 것을 경험한 적이 가끔 있다. 이렇게 위 아래의 구분이 명확하고 호불을 가르려는 대다수의 가치관에 의하면 어떤 잣대를 들이댄다 하더라도 우월한 위치에 설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언.제.나. 행복할 수 없고 불안하기만 한 생활을 지속해야하는 것이 운명인 것 같다.

나는 꽤 기준이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다가도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저 사람의 말을 따라야 할지 내 맘대로 해야할지 언제나 혼란스럽다. 화제가 되는 이야깃거리가 등장하면 뭐가 잘못된 것이고, 싫다면 왜 싫은지 이야기 할 수는 있었지만 내 주장이 억측인지 아닌지 어지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찾게 되는 것은 친구들의 위로와 공감, 나보다 더 경험을 한 어른들의 동의, 비슷한 생각을 정리해서 학문과 실제를 개연성있게 엮어 세상을 설득하는 책들이었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면, 모든 시대의 지배적 관념은 늘 지배계급의 관념이다. 그러나 이런 관념들은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면 결코 지배를 할 수가 없다. 이데올로기적인 진술의 핵심은 높은 수준의 정치적 감각이 없으면 그 편파성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다. -p278

주류 문화와 갈등하면서도 자신 있게 살아가려면 우리의 직접적인 환경에서 작동하는 가치 체계, 우리가 사교적으로 어울리는 사람들, 우리가 읽고 듣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보헤미안들의 통찰이다. - p364

지위에 대한 불안의 성숙한 해결책은 우리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한다. 산업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고 보헤미안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으며, 가족으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고 철학자로부터 인정받을 수도 있다. 누구로부터 인정받기를 원하느냐 하는 것은 우리의 의지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이다.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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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알약 - 프레데릭 페테르스
홍대 앞에 만화책만 파는 북새통 문고에서 '파레포리'라는 만화책을 구입한 후로 세미콜론(파레포리를 출판한 회사) 출판사의 책에는 대부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푸른 알약' 역시 세미콜론 책이고 에이즈 양성 보균자 진단을 받은 여자친구와 사는 만화가의 자전적 일상 이야기이다. 선이 자신감있게 거칠고 한번에 그린 듯한, 특히 벗은 몸이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오래된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가장 사소하면서 아름다운 것은 당장 무슨 이야기를 듣거나 상황에 처했을 때 같은 연상작용에 의해 클릭! 하고 통해버리는 둘만의 문맥을 만들어가는 순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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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을 완전 짝사랑 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첫째, 나랑 같은 동네에 살았고 (나는 이것이 하늘이 내려주신 운명이라 생각했다) 총각이었고 이렇다할 여자친구 얘기를 들은 적이 없었다. 둘째, 내가 영화감독이 되겠다니 진심으로 무슨 영화에 영감을 받아 그러는지 처음으로 물어본 사람이었고 셋째, 대학만 가면 지금 찾아온 모든 고뇌가 해결될 것이라 삼류 구라를 하던 다른 선생님과 달리 (낯빛 간지럽지만)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책을 덮고 생각해보자고 한 선생님이었다.

그때 선생님이 윤리는 우리가 올바르게 잘 살기 위해 도와주는 것이지 거리가 있는 학문이 아니라고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난 그때 '올바르게 잘 산다'는게 입신양명하여 돈을 많이 버는 것인가보다 했을 정도로 어렸다. 철학자의 입을 빌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인의 반대 의미가 아닌=편견에 사로 잡히지 않은) 나만의 렌즈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게, 그야말로 올바르게 살아가게 도와주는 책이라 생각된다.

이 유혹적인 광고처럼 결과적으로 우리가 구입하게 되는 것은 지프일 것이다. 하지만 에피쿠로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은 자유이다. / 이 매혹적인 광고처럼 우리가 실제로 구입하는 것은 술일 테지만 에피쿠로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찾고 있었던 것은 우정이다. / 우리가 구입하는 것은 멋진 목욕 도구 일지 모르지만, 에피쿠로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에게 평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색이다. - <돈이 없는 사람을 위하여> 에피쿠로스

삶의 단편들을 놓고 흐느껴봐야 무슨 소용 있겠어? 온 삶이 눈물을 요구하는 걸. - <좌절한 사람을 위하여> 세네카 p179

만약 현명한 사람이라면, 그는 어떠한 것이든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측량할 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유익하고 적절한지를 잣대로 삼을 것이다. - <부적절한 존재를 위하여> 몽테뉴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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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 - 닉 혼비 외 다수
주인공이 비열해 보이기도 했다가 부모를 존경하다가도 미치광이었다가 누군가를 도와주기도 하고 도통 알 수 없게 이리저리 관점을 바꾸어 휘젓다가 이야기를 마무리를 하며 질문만 휑 던지는 소설들이 있다. 이게 정답이야라고 직설적으로 단언하지 않고 알아서 생각해봐라고는 하지만 뭘 이야기 하는지 대충은 따라갈 것 같은 것들이다.

'픽션'은 훌륭한! 일러스트레이터들과 훌륭한!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이고 보기에도 겉과 속이 멋지다. 픽션이란 제목으로 팔리고 있는 책이지만 실제 제목은 '작은 나라와 겁나 소심한 아버지와 한심한 도적과 자식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엄마와 아이를 두고 페루로 가 버린 부모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새와.......블라블라' 이다. '하이 피델리티', '어바웃 어 보이'의 작가 닉 혼비, DC 코믹스 샌드맨 시리즈의 닐 게이먼 등의 단편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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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여행 - 이우일

멋진 여행가를 보면 언제나 부럽다.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 아무렇게나 입은 것 같은 셔츠, 나달나달한 거대한 배낭. 무엇보다 그들의 눈이 대단하다.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투명에 가까운 여행가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그 검은 눈동자에 풍덩하고 빠질 것만 같다. 다른 것은 그럭저럭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지만 그 눈동자만은 어쩔 수가 없다.

꿈을 꿀 수 있는 자유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현실을 꿈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언제까지나 자기자신의 선택. - 이우일



이미지 출처 - yes24
2009/08/16 15:35 2009/08/1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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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2009/08/18 16:00   Reply / Modify or Del
윤리선생님 짱이다.
난 고등학교 때까지 그런 존경할만한 선생님은 못 만난듯.
존경하는 교수님은 손에 꼽지만
또 사적으로 가까이 알다보면 사람 다 똑같은 것 같아.

닉혼비 소설은 안 읽어봤는데
그 사람 원작의 영화는 좋아함 ㅎ


최지 2009/08/27 00:51   Modify or Del
어바웃 어 보이도 봐야겠다

나 윤리선생님한테 콩깍지 씌여서 그런거 같아
베이베 보고싶다 우리 언제 볼 수 있니!!
난 언제든 시간이 되어 연락하렴


여여 2009/08/19 16:24   Reply / Modify or Del
알랭드보통을 많이들 좋아하길래
나도 덥썩 책부터 사두었는데 정작 펴보지는 못했어ㅜ
너의 추천작들도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D


최지 2009/08/26 23:41   Modify or Del
응 읽기 편해 좋아
나 좋아하는 부분 접으면서 읽었는데
책 두께가 두배가 되었어


innis 2009/08/24 14:14   Reply / Modify or Del
종종 얘기해줬던 책들이 한방에 정리되어있네
베이베 알라뵹 ♥ 곧 읽어봐야겠다!


최지 2009/08/26 23:42   Modify or Del
내가 힐링하우스 놀러갈 때
한권 골라서 가져갈게
날씨가 시원해졌으니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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